2006. 7. 26. 09:55ㆍ기타/정보.뉴스
정중하되 당당하게 문제의 본질 설득했으면
<대통령의 요즘생각> 국무회의서 장관들에게 강조
94년인가 처음으로 영국으로 해외여행을 갔어요. 기회가 돼서 국회 의사당에 가서 토론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각료들이 다 나오고 총리가 나오고 본회의가 열려요. 거기에서 국정질문을 하는데 우리처럼 국회의원이 가운데 단상에 서고 총리나 장관은 저쪽에 구석에 조그만한 발언대 하나 세워놓고 대답하는 구조가 아니고, 총리가 복도 한 가운데 서고 의원들이 의석에서 바로 서서 질문을 합디다. 물론 내각제라서 총리가 당의 지도자이면서 정부의 지도자이기도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구조가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노동당이 야당이었는데, “총리가 하는 그 일은 국민 세금 많이 쓰이는 일 아닙니까?” 질문하니까 총리가 “노동당도 세금 걱정 하십니까?”라고 답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제가 충격을 받았어요. 우리 한국에서 총리나 장관이 “노동당도 세금 걱정 하십니까” 답변했다가는 바로 정회되고 사과해야 되고 난리가 날 텐데, 그냥 넘어가요. 참 놀랐어요. 그게 TV에 생방송이 되고.
한국서는 그렇게 하면 계속 시끄러울 테고 여론도 그렇게 유리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하라는 말이
아니라 정중하게, 한국 정서에서 책잡히지 않을 수준으로 장관들이 자기 소신을 다양한 방법으로 뚜렷하게 표명하고 되받아서 질문도 하면 어떨까요.
“의원님께서는 지금 우리가 북한의 목을 졸라야 된다고 생각 하십니까?” 이렇게 질문을 한다든지, “의원님께서는 미국은 일체 오류가 없는 국가라고
생각하십니까?” “미국의 오류에 대해 한국은 일체 말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반문한다든지.
본질이 왜곡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한국의 장관에게 금기가 있습니까? 물론
정치적 금기는 있죠. 마음의 준비를 좀 하십시오. 평소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끊임없이 표현과 문장을 다듬어 놓지 않으면 그럴 때 순발력 있게
답변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말을 잘하고 순발력 있는 사람도 평소에 생각을 다듬어놓지 않으면 엉뚱한 소릴 합니다. 평소에 있음직한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다듬기를 하고, 그게 축적이 되면 미리 준비하지 않았던 것도 사고의 틀을 만들면서 제대로 나오게 되는 것이죠.
여러분이 국회에 가서 싸우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소신에 찬 모습으로 답변하는 모습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보고 싶습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업무를 잘 다듬어야 될 것입니다, 해마다 요청되는 자료를 국회가 어떻게 쓸 것인지, 사전에 분석해 준비를 해야 합니다.
변명거릴 만들라는 것이 아닙니다. 사물의 본질이 왜곡되게 비쳐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진실이 국회에 가서 왜곡되는 것은 정말 옳지 않습니다. 진실이, 사물의 본질이 바로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지엽적인 문제가 본질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SBS TV를 아침에 봤습니다. 이종석 장관이 “대북정책에 있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은 한국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에 “굳이 실패를 말한다면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했고, 한국이 좀 더 작은 실패를 했다고 봐야겠지요.”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습니다.
말의 맥락은 끊기고 그 말만 독립돼서 사회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실패했다'라고 말했다고
전달되는 것은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실패 했다고 말하는 한국의 각료들은 국회에 가서 혼이 나야 되는 겁니까. 크고 작은 많은
실패가 있는데, 객관적으로 실패든 아니든 한국 장관이 “그 정책은 미국이 성공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하면 안 됩니까?
정책은 말로써 설명하는 것, 자나 깨나 연구해야
국회가 혼내는 자리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실을 말하고 사실을 말하고 의견을 말하고 상대방을 설득하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은 국회 스스로가 달라져야 되지만,
정부 각료들도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하지 말고 좀 더 치열한 문제 의식을 갖고 상황을 개선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정중하되 당당하게 답변하고 때때로 기지 있는 반문 같은 것을 잘 활용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문제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어떻게 답변할 건지 연구해 보십시오. 결국 정책은 말로써 설명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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