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미안합니다…다시 도전해 갑시다”

2007. 7. 6. 19:31기타/정보.뉴스

“미안합니다…다시 도전해 갑시다” 
 
노 대통령 귀국길 올라
 
 
과테말라 파견 홍보관 이종률
 
지난 1981년 바덴바덴에서 태극기가 휘날리던 감동 어린 장면이 26년 만에 다시 이곳 중미 과테말라에서 재현되길 우리 모두가 진심으로 기원했다. 우리 국민들과 함께 이곳 과테말라 국민들도 마음 속으로 한국의 승전보를 기대했다.
 
 
과테말라의 경우 우리는 대사를 비롯한 6명의 공관 직원들이 있어서 과테말라 정부 및 국민들과의 우호 친선관계를 돈독히 해 놓았지만, 러시아는 대리 대사 한 명만이, 오스트리아는 아예 공관조차 없는 지역이라 심정적으로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고 볼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직위의 아쉬운 결정이 내려진 후 과테말라 외교부 의전장, 주한 과테말라 대사, 푸틴 대통령 수행단과 함께 우리 취재진이 함께 묵었던 메리어트(Marriott) 호텔 총지배인 등 많은 현지인들도 우리와 함께 많이 아쉬워하고 있다는 것을 마음 속으로 느낄 수 있었다.
 
“평창, 그리고 최선을 다한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한승수 유치위원장,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 김진선 강원도지사를 중심으로 하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대표단. 과테말라를 방문하는 유치대표단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과테말라 동포들로 구성된 유치지원단. 이건희, 박용성 등 두 명의 IOC 위원. 평창 유치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많은 우리 기업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현장까지 직접 달려간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은 과테말라 도착 둘째날 1시간 10분 동안의 한-과테말라 정상회담 시간을 제외하곤 전 일정을 IOC 위원 면담 등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지원하는 일정으로 채웠다.
 
3일 도착 셋째날 국립극장에서 개최된 IOC 총회 개막식과 리셉션에서는 자리에 가만히 있으며 IOC 위원들을 접견하던 푸틴 대통령과는 달리, 노 대통령은 IOC 위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평창 지지를 호소하는 득표전을 벌였다.
 
이미 4년 전 한 번의 실패 경험이 있는 우리로서는 각자 맡은 분야에서 식사시간을 줄이고 밤잠도 설쳐가며 막판까지 최선을 다했다.
 
"미안합니다…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

노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숙소에서 TV를 통해 유치 실패 발표를 듣고 난 뒤 우리 유치위 대표단을 위로하기 위해 상황실이 있는 '홀리데이 인' 호텔을 방문했다.
 
당시 호텔 정문 앞에 있던 300여 명의 과테말라 동포들과 한국에서 온 평창 서포터즈들은 노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자 아쉬움을 감추고, "대한민국"을 외치고 서로를 위로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서포터스로 보이는 40대 남성이 '대~한민국'을 선창하다 노 대통령 앞에 무릎을 꿇고 "죄송합니다"라고 했지만 대통령은 말없이 가만히 손을 잡아 일으켰다.
 
'홀리데이 인' 호텔 3층에 위치한 상황실에 들어선 노 대통령은 유치단 직원들에게 일일히 "미안합니다"라고 했고 직원들은 "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답했다. 모두들 안타까움을 애써 숨기려는 미소뿐이었다. 권 여사는 교민들과 유치위 관계자들이 "힘내십시오"라고 위로의 말을 꺼내자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과테말라 도착 이후 누구도 3시간 이상 잔 적 없었는데…"

과테말라 최대 일간지인 '프렌사 리브레'(Prensa Libre)의 스포츠 담당 가브리엘라 바르리오스(M. Gabriela Barrios) 기자는 7월4일 이른 아침 누구보다 먼저 IOC 총회장인 '카미노 레알' 호텔 현관 앞에 나와, 투표를 위해 들어서는 IOC 위원들에게 악수를 청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김정길 KOC 위원장을 목격하고 "뉴욕 타임스는 물론 과테말라 현지 언론에서도 IOC 실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평창의 우세를 점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관계자가 러시아나 오스트리아 보다 더 부지런하게 득표활동을 하는 것을 보니 기대해 볼만하다"고 옆에 있던 한국 취재진에게 덕담을 건냈다고 한다.
 
투표 2일 전 경쟁도시 소치의 흑색선전이 AP 등 외신에 보도되었을 때 한승수 위원장 등 유치위 관계자들은 이러한 음해공작이 막판 득표에 영향을 미칠 것에 대비해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저녁 8시에 시작된 이 회의는 새벽 3시경에 끝이 났지만, 회의 후에도 한 위원장은 혼자 남아 직접 IOC 앞 서한을 손질하는 등 모든 것을 손수 재점검하는 모습을 보여 직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유치대표단 중 프리젠테이션에 참가하는 김진선 도지사 등 일부인사는 밖에서의 IOC 개별 면담을 끝내고 밤늦은 시간에 숙소로 돌아와서는 바로 상황실에 들러 평창 유치를 위한 전략회의를 하고, 연이어서 또 IOC위원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1시간 짜리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위해 별도의 사무실에서 거의 밤을 새웠다고 한다.
 

 이들 프리젠터들은 과테말라에 도착한 6월 29일 부터 발표 하루 전인 지난 3일까지 4일 동안 총 8회에 걸쳐 리허설을 반복하는 등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다고 전해진다.
 
소치가 확정되는 순간, 프리젠테이션 리허설을 직접 옆에서 지켜보았다는 한 유치대표단 관계자는 "프리젠터들의 준비 과정에서 단 한 번의 소홀함도 느낄 수가 없었다"고 리허설 관람 소감을 밝히며 "과테말라 도착 후 유치대표단 어느 누구도 하루에 3시간 이상 잔 적 없이 모두들 최선을 다했는데..."라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머금었다.
 
과테말라 대첩 준비해 온 과테말라 동포들

과테말라에는 지난 1980년대 초반 봉제업 진출을 계기로 많은 한인들이 이주한 이래 현재 약 1만여 명의 우리 동포가 정착해서 생활하고 있다. 이들 과테말라 동포들은 금년 1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지원단을 발족하여, 4일 승전보를 국민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과테말라를 방문할 우리 유치대표단과 동사모(동계올림픽을 사랑하는 모임) 등 평창 서포터즈를 지원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등 과테말라 대첩을 준비해 왔다.

 

이들 유치지원단에는 아저씨, 아주머니 뿐 아니라 할머니와 고등학생을 포함하여 과테말라에 거주하는 모든 연령대의 동포분들을 망라했으며, 이들은 통역, 안내, 차량, 민박지원과 자신들이 사용하던 핸드폰까지 무료로 유치대표단에 제공하는 풀 서비스를 제공했다. 너무나 정성 어린 과테말라 동포분들의 환대와 지원을 받은 유치대표단들은 5일 헤어질 때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패배를 통해 배운 지혜와 경험으로 새로운 도전을”

우리는 과테말라의 함성을 기다렸다. 그러나 소치의 막판 물량공세와 IOC 위원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되는 IOC 속성으로 인해 오늘 그 함성을 듣지는 못했다. 하지만 과테말라에서의 유치활동 과정에서 보여 준 유치대표단과 노 대통령의 노력, 그리고 과테말라 동포들의 뜨거운 열정과 단결력은 전 국민의 가슴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과테말라를 떠나기 직전 우리 동포들과 가진 간담 자리에서 잠시 언급한 “모든 경쟁에는 패배가 있기 마련이며, 패배 속에서 새로운 지혜를 배우게 되고, 또 이런 지혜와 경험을 축적해 가며 새로운 도전을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출처 : 청와대 블로그
글쓴이 : 청와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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