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연아야, 기분 좋게 점프해!

2010. 2. 12. 13:10기타/정보.뉴스

 

 


 

 

지난해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마치고 점수를 기다리던 김연아(20·고려대)는 전광판에 점수가 뜨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눈도 질끈 감았다. 점수는 207.71점.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마의 200 점’을 넘은 것이다.

그때껏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에서 200점대는 선수에게도, 심판에게도 심리적 한계선이었다. 선수에게는 ‘저 벽을 넘기면 연기가 새 경지에 들어서는 순간’이요, 심판에게는 ‘차원이 다른 연기를 보이는 선수에게만 허락되는 선물’인 점수. 김연아는 세계 최초로 이 점수를 깨뜨리면서 새 역사를 썼다.

이후 김연아는 지난해 10월 프랑스에서 열린 그랑프리 1차 대회 ‘에릭 봉파르’에서 210.03점을 받아 자신의 기록을 또 한 번 깨뜨렸다. 김연아가 200점을 돌파한 뒤 ‘심리적 한계선’은 계속 무너졌다. 세계 곳곳에서 200점을 돌파하는 선수들이 나온 것이다. 지난해 4월 아사다 마오(20·일본 주쿄대)는 일본에서 열린 ‘2009 ISU 세계 팀 트로피’ 대회에서 201.87점을 받았고, 12월 일본에서 열린 ‘전일본 선수권대회’에서 204.62점을 받았다.

올해 들어서도 두 선수가 200점을 넘었다. 조애니 로셰트(캐나다)는 1월 17일(현지시간) ‘2010 캐나다 피겨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쇼트프로그램 64.15점과 프리프로그램 144.08점을 받아 208.23점을 받았다. 로셰트와 경쟁하듯 미국의 레이첼 플랫도 1월 23일(현지시간) ‘2010 전미 피겨선수권대회’에서 200.11점을 기록했다.

해외 언론의 반응은 양분됐다. <AP통신>이나 캐나다 <CBC>, 미국 <LA타임스> 등은 “겨울올림픽 금메달 후보는 김연아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LA타임스>의 기고가 필립 허시는 “피겨 전문기자 6명이 겨울올림픽 금메달을 예측했다. 아이스댄싱과 페어, 남자 싱글의 경우는 의견이 엇갈렸지만 여자 싱글은 6명 모두 ‘김연아’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와는 다른 시각도 있다. “마오도, 로셰트도, 플랫도 200점대를 넘겼다. 모두 김연아와 경쟁 가능한 고지에 올라선 셈이다. 따라서 이제는 김연아 독주체제라기보다는 경쟁체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과 미국, 캐나다 언론은 자국 선수들의 선전에 한껏 들떠 있다.


 

 

물론 200점대 점수라고 다 같은 점수는 아니다. 눈여겨 봐야 할 건 경쟁자들의 200점대 점수가 나온 장소다. 아사다 마오가 200점을 받은 곳은 두 번 모두 일본이다. 플랫과 로셰트도 각자의 모국인 미국과 캐나다에서 200점대 점수를 받아들었다. 모두 자신의 ‘홈’에서 고득점을 한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건 대회의 ISU 공인대회 여부. 플랫과 로셰트가 출전한 대회는 모두 올림픽 국가대표를 가리는 자국 선수권대회였다. 마오의 경우 한 번은 자국 선수권대회였고, 한 번은 국가 대항전 성격의 ‘팀 트로피’ 대회였다. 김연아가 200점대를 받은 ISU 세계선수권대회(미국 LA)나 그랑프리 대회(프랑스 파리)와는 그 권위가 다른 대회다.

피겨스케이팅 관계자는 “자국 선수권대회에서는 국제대회보다 더 좋은 점수가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예술 부문에 대한 평가인 프로그램 구성요소(PCS) 점수가 국제대회보다 훨씬 후하다. 각 기술점수에 붙이는 심판 재량 가산점(GOE)도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올림픽을 앞두고 자국 선수들의 ‘기 살려주기’ 차원에서 200점대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사다 마오는 1월 전주에서 열린 ISU 4대륙대회에서 183.96점을 받았다. 전일본 선수권대회 때와 비슷한 연기를 펼쳤지만 ISU 공인대회에 나서자 점수가 20점 가까이 깎인 셈이다.

안도 미키(일본)를 가르치는 니콜라이 모로조프 코치는 최근 피겨스케이팅 전문 인터넷 사이트 <아이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안도 미키가 김연아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도 미키는 지난해 12월 도쿄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를 이겼고, 프리스케이팅에서 근소한 차이로 김연아에게 졌다”며 안도의 동계올림픽 금메달이 꿈이 아니라고 했다.

지난 1월 ‘전미 피겨선수권대회’에서 2위로 입상해 미국 국가대표 선수로 나서는 일본계 미라이 나가수는 대회가 끝난 뒤 “레이첼과 내가 ‘그들’을 날려버리겠다(We’re just going to blow them away)”고 다소 과격하게 표현한 뒤 총 쏘는 포즈를 해 보였다. 총 쏘는 포즈는 김연아가 ‘007 메들리’ 피날레에 선보이는 동작. 사실상 김연아에게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피겨스케이팅계는 “이 역시 선수들의 ‘기 싸움’에 가깝다. ‘나도 이만큼 자신이 있다’는 말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본격적 ‘기 싸움’을 시작하는 건 올림픽 공식 첫 훈련에서다. 올림픽처럼 큰 대회에서는 선수들의 긴장도가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사라 휴즈·미국)이나 2006년 토리노 올림픽(시즈카 아라카와·일본) 때 의외의 금메달리스트가 나온 것도 다 이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첫 훈련이다. 훈련장에 모인 모든 선수들은 자신의 컨디션을 점검하면서 다른 선수들의 기량을 곁눈질한다.

특히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인 김연아의 컨디션은 모든 이들의 관심거리.

피겨스케이팅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김연아가 세계 최고기록(210.03점)을 세운 그랑프리 1차 대회 ‘에릭 봉파르’ 때 그는 첫 훈련에서 완벽한 컨디션을 보여 다른 선수들의 기를 죽여버렸다. 이후 함께 훈련하던 아사다 마오는 점프에서 난조를 보이는 등 제 기량조차 발휘하지 못했지만 김연아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실전에서도 최고 기량을 보였다”고 귀띔했다.

올림픽 심판진 역시 첫 훈련 날 빙상장을 찾아 선수들의 기량을 체크한다. 여러모로 이날의 컨디션이 실전 성적을 좌우하는 셈이다. 
 

 

 

대회를 코앞에 둔 김연아는 최근 어떻게 훈련하고 있을까. 김연아의 일과는 평상시와 달라진 게 없다. 경기 당일까지 평소와 똑같은 생활환경을 유지할 예정이다. 오전 8시쯤 눈을 뜬 김연아는 어머니 박미희 씨가 해주는 아침밥을 먹고 훈련 장소인 크리켓클럽으로 향한다. 1시간 정도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후 낮 12시부터 1시간 30분 남짓 빙상 훈련을 한다. 이후 샐러드 등으로 점심을 때운 김연아는 두 번째 빙상 훈련에 들어간다. 빙상 훈련은 총 3시간.

최근 김연아는 실전처럼 음악에 맞춘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프로그램을 한 번씩 다 연기해본 후 미흡한 부분을 가다듬기도 하고, 체력 유지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두 번 연이어 소화하기도 한다. 프로그램의 특정 부분만 반복하는 부분 훈련으로 완성도를 높이는 훈련도 병행한다. 빙상 훈련이 끝나면 빙판 밖에서의 체력 훈련도 3시간 정도 이어진다. 저녁을 먹고 물리치료까지 마치면 8시가 다 된다.

김연아는 여자 싱글 공식훈련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20일 밴쿠버에 입성한다. 숙소로는 올림픽 선수촌 대신 밴쿠버 시내의 한 호텔을 이용한다. 선수촌에 들어가면 물리치료사, 코칭스태프 등이 김연아와 함께할 수 없어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연아의 어머니는 토론토에서부터 김연아와 함께 움직이고, 아버지 김현석 씨는 22일쯤 밴쿠버로 가 김연아를 응원할 계획이다. “남들은 금메달을 얘기하지만 나는 금메달보다는 그저 건강하게 다치지 않고 경기를 했으면 한다”는 게 아버지의 바람이다. 간호사인 언니는 직장 때문에 현지 응원은 할 수 없다고 한다.


ⓒ 위클리공감 / 글·온누리(중앙일보 스포츠부 기자)

 

 

   

출처 : 푸른팔작지붕아래 - 청와대 블로그
글쓴이 : 푸른지붕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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